어느덧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드는 시대입니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죠. 제조 공장에서는 로봇 팔이 정밀 작업을 하고, 병원에서는 로봇이 의사의 손과 눈이 되어 수술을 돕습니다. 물류 창고에서는 자율주행 로봇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로봇 관련주에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막상 어떤 기업에 주목해야 할지, 지금이 적기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3편에 걸쳐 AI 기반 로봇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 투자의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기업들을 심층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단순히 기업 이름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가진 기술력과 시장에서의 위치, 성장 가능성 그리고 잠재적 위험 요인까지 꼼꼼히 따져볼 것입니다. 이 시리즈가 로봇 산업 투자를 고민하는 분들께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첫 번째 여정은 세계 시장을 이끄는 미국의 대표 주자들로부터 시작합니다.
글의 순서
- AI 로봇,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 로봇의 ‘두뇌’ 공급자: AI 칩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 (NVIDIA)
- 수술실의 게임 체인저: 의료 로봇의 선구자, 인튜이티브 서지컬 (Intuitive Surgical)
- 1편을 마치며: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기회
AI 로봇,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AI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로봇 산업에 강력한 엔진을 달아주었습니다. 과거의 로봇이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기계였다면, 이제 AI를 탑재한 로봇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며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지능형 기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조, 의료, 물류뿐만 아니라 서비스, 국방, 농업 등 로봇의 활동 영역은 무한히 확장될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이 변화를 주도하며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가총액이 크다고 유망한 것이 아니라, AI 로봇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 1990년대 인터넷 혁명 초기에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업을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죠. 지금 로봇 산업은 바로 그런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핵심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선별한다면, 다가올 로봇 시대의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로봇의 ‘두뇌’ 공급자: AI 칩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 (NVIDIA)
엔비디아를 단순히 그래픽 카드 회사로만 알고 있다면, 큰 그림을 놓치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GPU 기술을 바탕으로 AI 연산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하며, 사실상 AI 로봇 산업의 ‘두뇌’를 공급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했습니다. 자율주행차부터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로봇 개발사들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과 ‘아이작(Isaac)’ 같은 로봇 개발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 시대에 퀄컴이나 ARM이 핵심 부품과 설계 기술을 제공했던 것과 유사한 구도입니다.
BYD, 지멘스, 테라다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해 공장과 물류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로봇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선언하며 로봇 전용 컴퓨터 ‘젯슨 Thor’ 출시 계획을 밝힌 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이미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Drive)’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조·물류 로봇용 ‘Jetson’ 모듈과 3D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최근에는 AI 로봇 소프트웨어 ‘그루트(GR00T)’를 공개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까지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재무적으로도 엔비디아는 탄탄합니다. AI 붐에 힘입어 데이터센터용 GPU 수요가 폭발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2024년에도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로봇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 엔비디아는 이 새로운 시장에서도 핵심 공급자로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됩니다. 다만,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IT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은 주시해야 할 위험 요인입니다. 또한 현재 주가에 미래 성장 기대감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어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시대의 필수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중장기적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로봇주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빼놓기 어려운 핵심 종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술실의 게임 체인저: 의료 로봇의 선구자, 인튜이티브 서지컬 (Intuitive Surgical)
만약 로봇 수술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다면, ‘다빈치(da Vinci)’라는 이름을 함께 떠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바로 이 다빈치 수술 로봇을 개발하여 최소 침습 수술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이자, 현재 전 세계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는 절대 강자입니다. 20년 이상 쌓아온 기술력과 방대한 임상 데이터는 강력한 진입 장벽을 구축했습니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히 로봇 본체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수술에 필요한 고가의 소모품(기구 및 부속품)과 유지보수 서비스에서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는, 이른바 ‘면도기-면도날’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수술 건수가 연간 300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보편화되면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AI 기술을 접목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4년 출시된 최신 ‘다빈치 5’ 시스템에는 고해상도 3D 영상 기술과 더불어, AI 기반 이미지 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수술 중 의사의 판단을 돕습니다. 또한 AI를 활용한 수술 계획 수립, 자동 봉합 보조 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수술의 정밀도와 안전성을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의사들의 신뢰를 높이고 다빈치 시스템의 활용도를 더욱 넓히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재무 상태도 견조합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약 8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꾸준한 시스템 판매 증가(2024년 1,526대 추가 설치)와 수술 건수 증가(17% 증가)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높은 이익률 또한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아시아 등 신흥 시장 개척과 폐 수술용 ‘Ion’ 시스템 등 신규 플랫폼 확대를 통해 추가 성장 동력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물론 위험 요인도 존재합니다. 메드트로닉, 존슨앤드존슨 같은 대형 의료기기 기업들이 경쟁 수술 로봇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병원의 예산 제약이나 정부 규제 강화도 잠재적 부담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상당하며, AI로 더욱 강화된 제품 경쟁력을 고려할 때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적인 성장과 의료 혁신 트렌드의 수혜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로봇주 투자 대상입니다.
1편을 마치며: 거인의 어깨에 올라탈 기회
지금까지 AI 로봇 시대를 이끄는 미국의 두 거인, 엔비디아와 인튜이티브 서지컬을 살펴보았습니다. 한 기업은 로봇의 두뇌와 신경망을 제공하는 핵심 기술 공급자이고, 다른 한 기업은 특정 전문 분야(의료)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구축하고 AI로 그 영역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로봇 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중장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합니다.
물론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따릅니다. 높은 가치 평가나 경쟁 심화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AI 로봇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도 기업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다음 2편에서는 더욱 혁신적인 도전으로 주목받는 테슬라의 로봇 비전과, 한국 시장에서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거인 삼성전자의 움직임을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로봇주 투자 여정에 계속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